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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라남도는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무안공항 인근 무안스포츠파크에 30일부터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도 현장을 찾아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전남도는 이번 사고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명명하며, 무안공항의 부정적 이미지 확산을 막기 위해 언론사들에 ‘추락’이라는 단어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했다. 이는 지역의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정쟁을 멈추고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당연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어 “이런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주요 부처 장관의 공백이 대단히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이는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옛말에 “오이밭에서 신발 끈 고치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치지 말라”고 했다. 의심을 살 만한 언행을 삼가라는 교훈이다. 국민적 슬픔이 깊은 이 시점에, 이러한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일부 보수 언론은 무안공항의 위치와 구조적 문제를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며, 사고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무안공항이 정치적 논리로 건설됐다”거나 “조류 서식지 인근에 공항이 조성돼 논란이 있었다”는 보도는 사고 원인 규명보다는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비춰진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은 탄핵 정국이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국민의 신뢰와 단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시기에 비극을 정치적 도구로 삼으려는 행태는 인간적 양심을 저버리는 일이다.
세계적 재난 보도의 모범으로 평가받는 CNN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추측은 조사관의 최대의 적”이라며 철저한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항공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이며 이를 규명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고 발생 직후 원인을 단정하는 행위는 혼란과 오해를 초래할 뿐이다.
이번 비극이 정치적 논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더욱 더 안 된다. 철저한 원인 규명, 피해자 지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최우선 과제이다.
2024년 12월의 비극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 상처를 치유하는 길은 진정성 있는 대처와 협력에 달려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란다.
호남in뉴스 jjsin11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