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와 소통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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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설국열차와 소통의 의미
정처칠 편집국장
  • 입력 : 2023. 11.20(월) 14:45
  • 호남in뉴스
정처칠(호남인뉴스 편집국장)
[호남인뉴스] 며칠 전 광주에는 첫눈이 참으로 이쁘게 내렸다. 무등산 얼음골에는 벌써 고드름이 주렁주렁 매달리고 우리는 어느덧 한 장 남은 달력의 끝자락을 매만지게 됐다.

매년 맞이하는 년말연시지만 올해 마지막 남은 한 달은 유난히도 그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2023년을 마무리 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한다는 기대감 보다는 우선 불안감이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천재지변과 사건사고, 참혹한 전쟁은 물론 국가 간의 대립과 갈등, 국내의 모든 정치행위와 사회적 갈등구조 등이 그 원인의 단초를 제공한 것일 것이다.

천재지변은 최선을 다해 대비하고 사건사고는 철저한 사전예방으로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동일한 사실을 두고 상호 정반대의 입장을 되풀이 하는 정치게임 앞에서 우리는 참담한 현실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내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는 '전쟁의 시대'에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런 막막함과 절망의 계절이 오면 어디에라도 하소연하고 기댈 수 있는 어머니 품속같이 든든한 언덕을 그리워하게 된다. 절망하지 않고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가 절실한 계절이라는 의미이다.

특히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둘러쌓고 벌어지는 작금의 현실은 정치, 종교, 세대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마치 설국열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형국이라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진솔한 호소와 설득, 무엇보다 소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간이다. 국민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며 국민들의 언어로 소통해야 설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세 차례나 연임을 이어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성공 비결을 포용과 설득의 리더십으로 꼽는다.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는 "위기를 한 방에 날려버릴 바주카포는 없다"며 "모든 것은 남을 설득하는 힘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솔직함을 앞세운 적극적인 설득이야말로 위기를 정면돌파하는 최선의 수단일 것이다. 소극적인 사과와 복잡한 해명만으로는 사분오열된 국민감정을 잠재울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서민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갈등,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어야 할 때이다.

서민들의 가슴은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현실임을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설국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꽁꽁 얼어버린 열차 밖의 풍경, 마지막 기차 탈선 장면까지 현실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설국열차의 계절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호남in뉴스 jjsin111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