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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상승하고, 일조량이 증가해 농작물의 성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시기로 농부들은 여느 해와 같이 한 해 농사를 위해 종자를 준비하고, 정성스레 봄갈이를 하는 등 본격적인 영농 채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흙과 함께 살아가는 농부는 이처럼 자연의 시간에 맞춰 바지런히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자연의 흐름이 예전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봄의 출현시기가 빨라지고, 겨울은 짧아지는 반면 여름은 길어지고 있어 계절의 길이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이상고온과 가뭄, 폭우와 같은 극한 기후가 반복되는 등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대자연의 변덕을 마주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가시적인 변화는 기후위기가 정말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김제시는 민선 8기가 출범한 이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 기술 적용으로 재배환경을 개선하는 다양한 실증 시범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 해왔다. 또한 최근 그 피해가 상수로 인식될 만큼 급증하고 있는 병해충과 각종 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범기술 투입을 통한 경영비 절감 및 생산성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향후 기후변화가 지역농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정부정책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는 한편, 안정적인 생산 기반 구축을 위해 지역에 적합한 기술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기상 조건이나 자연적 요소에 큰 영향을 받는 특징 때문에 기후변화가 농업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먼저 기후가 변화하면서 기상이변과 재해 발생이 증가함에 따라 농작물과 농업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게 되고, 이는 곧 생산규모 감소 및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먹거리 수급 불안정을 야기한다. 또한 작물의 재배 적지가 변동되고,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 돌발 병해충 발생이 증가하는 등 작물의 생산과 생태계 측면에도 영향을 끼쳐 전반적인 농업 시스템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가 가속화 되면서 농업・농촌 사회가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불리한 환경 조건을 극복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야 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부도 기후노력을 위한 법제를 정비하고 관련 정책 추진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농업 부문에서는 기후적응형 농축산물 재배 및 사양 기술, 온실가스 배출저감 기술 등 기후위기 대응 영농기술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기반기술 개발・확산을 목표로 연구 개발 성과와 더불어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중앙정부의 정책을 농업 현장에 적용해 성과를 가시화 하면서 지역별 또는 권역별로 기후변화에 적합한 작물 선정, 재배 및 작부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농업수도 위상확립을 시정방침으로 내세우고 민선 8기가 들어선 지난 3년 가까이 김제시는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에 적합한 작부체계 및 재배기술 개발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 해왔다. 특히 총사업비 36억여원을 투입, 38개의 다양한 실증 시범사업을 추진하여 성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기후위기 대응 재배기술 보급 및 확대를 위해 연중 상시 영농 기술지원단을 꾸려 숨가쁘게 현장을 누볐다. 2025년 올 한 해도 이러한 기후 위기 속에서 틈새와 기회를 찾아 미래 지역농업의 활로를 여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는 자연재해의 규모와 빈도를 증가시켜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제8차 농업과학기술 중장기 연구개발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농축산분야 탄소 배출량을 17.2백만톤까지 줄이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이행하기 위해 농업인의 소득 보장과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 보급되고 있다.
시도 이러한 정부 정책 기조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벼농사를 중심으로 저탄소 재배기술을 적용하고 있는데, 2024년에는 35ha 규모의 현장 확산을 위한 모델을 조성했다.
또한 행안부 공모사업 선정을 통해 32ha의 논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물꼬는 논물 사용을 최소화함으로써 탄소 발생을 줄이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원격 개폐로 노동력 절감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2023년부터 벼 재배농가 3개소를 대상으로 시작된 저탄소 토양 관리를 위한 무써레질 및 최소 경운 이앙 재배기술 현장실증이 올해까지 이루어질 계획이며, 지속적인 영농기술 컨설팅과 교육을 통해 중간 물떼기 연장, 얕게 걸러대기 등 저탄소 논물 관리 기술을 확산시켜 나아갈 방침이다.
기후변화는 작물의 재배지역, 재배작물 및 품종, 작부체계 등 과거 전통적인 농업 재배방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특히 기온은 작물의 재배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성장뿐만 아니라 개화와 결실 시기, 재배지역까지 결정하는데 최근 기후 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 작물의 재배 적지가 점점 북상하면서 주산지도 변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지난 2010년대부터 김제 일부 지역에 한라봉과 같은 만감류를 보급했으며, 시는 앞으로 애플망고, 바나나, 바닐라 등 다양한 아열대 작물에 대한 지원을 통해 재배면적을 25ha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메밀, 커피 등과 같은 4~5개의 대체작목에 대한 현장실증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지역의 새로운 소득작목 발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과수의 경우, 이상고온에 강한 골든볼과 썸머프린스(사과), 옐로드림(복숭아), 흑보석(포도) 등 새로운 품종을 보급하여 올해까지 총 13개소, 4ha 규모로 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같이 새로운 소득작목 발굴 노력과 함께 급변하고 있는 기후로 저하된 농작물의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수요자 맞춤형 우수품종을 지속적으로 보급하는 한편, 이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시범사업과 실증연구를 통해 새로운 재배기술 데이터를 축적하고, 최적의 생육모델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아울러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작부체계도 적극 적용하고 있다. 2024년부터 시범적으로 추진중인 2기작 가을감자 재배, 밀-콩 작부체계 및 나물콩 이모작 작부체계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국적으로 시설감자와 논콩 재배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김제의 경우 이처럼 지역에 적합한 새로운 품종 선발 및 작부체계 개발 등 소득 안정화를 위한 틈새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아갈 계획이다.
전통적인 농업은 기후, 토양, 물, 노동력 등 다양한 변수에 크게 의존했지만, 기후변화가 가시화 되는 상황에서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 방식으로의 전환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농업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CT를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측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과학 기반의 농업 방식을 일컫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근간을 이루어지고 있는 ICT 혁신기술이 최근 농업 분야에도 적용되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농업 경영비는 계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 농업 소득은 정체되고 있고,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물가 수준이 상승하는 소위‘애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농업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올해 노동력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자율조향장치, ICT 지능형 정밀 파종기 등을 시범적으로 현장에 적용하고, 기상정보, 생육상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ICT 스마트팜 기반을 7개소 규모로 시범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기별 데이터를 수집해 축적하는 한편, 기상재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 체계 마련에도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또한 2024년부터 농촌진흥청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국 9개의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지구 가운데 간척지 관리 모델로 지정되어 주로 온실, 하우스 등 시설 중심의 스마트농업 기술을 노지로 전환해 확산 시킬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정성주 김제시장은“요즘 농업 현장을 돌아보면 기후위기 한복판에 서 있는 농업인들의 고충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이제 더 이상 외면하거나 늦출 수 없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라고 역설했다.
이어“이러한 기후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고, 미래 김제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최석종 기자 honaminnews@naver.com